한국중소기업협의회
 
 

제목: 구조조정도 출구전략이다


글쓴이: 박원암

등록일: 2009-06-01 13:30
조회수: 1544
 

올해 들어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작년 4분기 중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전기비로  마이너스 5% 성장하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전기비로 0.1% 성장하여 짧은 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멈출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역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와 대만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이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일이다.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마이너스 성장 반전 기미 보여  

이렇게 마이너스 성장세가 멈추자 자산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 이후 급락했던 주가와 원화 가치가 다시 급등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일부에서는 유동성 과잉과 자산시장 과열을 걱정하고 있다. 아직도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되고 실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과도한 경기확대정책으로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나 대만에 비해 조기에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정책당국의 과감한 경기부양과 원화 절하에 힘입은 바 크다. 올해 1분기 중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장 동력인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책당국의 적극적 경기부양조치에 힘입어 소비와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을 소비와 건설투자가 만회해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원화 절하가 당장 수출을 늘리고 있지는 않지만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경기확대 부작용 막을 ‘출구전략’ 필요  

이렇게 경기부양조치로 자산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이고 물가마저 불안 조짐을 보이는 경우 정부는 경기확대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마련해야 한다. 즉 그동안 풀렸던 통화를 서서히 거둬들이고, 재정적자폭도 줄여가면서 경제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일부 기업의 유상 증자와 일부 지역의 주택 청약에 많은 자금이 몰리는 등 자산시장의 과열 기미가 있을 때에는 경기부양 과정에서 풀린 과잉 유동성을 환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책 당국은 최근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자산시장의 거품 형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으나 긴축정책이 실물경기 회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서 현재의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풀린 자금이 실물경제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미시적 정책으로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안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올 들어 나타난 빠른 회복세는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확대 정책과 원화 절하에 힘입은 바 크다. 글로벌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향후 어느 정도나 지속될 지 불확실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가 2분기 이후 회복되다가 4분기에는 주춤해지며, 올해 말에 가서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중 세계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세가 미약하여 일자리 사정은 전반적으로 내년 말에야 개선되며,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심은 금물…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확실  

이렇게 세계 경제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지금까지의 확장적 거시경제기조를 섣불리 변경하기 어렵다. 자산시장은 원래 변동이 심한 시장이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자산 가격이 급락하며, 이번 위기에도 예외 없이 실물경기 위축에 앞서서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다가 경제가 예상보다 좋다는 소식이 들리면 단기간에 급등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안정을 되찾는다. 이렇게 변동이 심한 자산시장 가격에 통화와 재정정책 기조를 맞춰 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교훈 중 하나는 통화정책을 인플레나 실물경제 안정 목적으로만 운용해서는 안 되며 자산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안정 목적으로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유동성을 과잉 공급한 데 있었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의 폐해를 인식하고 저금리 기조를 조기에 수정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통화정책이 자산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외시함에 따라 발생한 엄청난 피해를 절감했기 때문에 지난 4월 런던 G-20 회의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규제감독체계 개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따라서 과잉 유동성으로 자산시장이 과열될 때 과거와 같이 이를 방치하는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보다 놀란다고 경기부양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산가격 상승에 과잉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산시장에 불안 요인이 있으나 경기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시적 정책으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선순환을 이루어 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미시적 정책 중 하나는 지난 4월 G-20 회의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규제감독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구조조정·개혁으로 경제성장 안전판 마련해야  

다른 하나는 구조조정과 구조개혁 정책이다.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은 그 자체로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고통과 혼란이 따르기 때문에 과열된 자산시장이나 과열된 경기회복 기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수정하지 않고서도 경제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훌륭한 출구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아무도 확장적 거시정책만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은 모두 위기 이전부터 부실했으며, 위기로 더욱 부실해진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 이번 위기로 부실해진 기업과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문제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기 이전부터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출구전략은 자산시장의 과열 방지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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